삶의 중간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 이유— 통계·데이터과학과 3학년 편입까지

다시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학위를 하나 더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사업 실패로 빚이 생겼고 낙상사고까지 겹쳤다.

몇 년 동안 몸을 제대로 쓰기 어려웠지만 빚을 해결해야 했다. 스스로 재활하면서 하고 싶지 않은 일도 계속해야 했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단순히 새로운 직업 하나를 찾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숫자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 많은 정보 속에서 중요한 것을 골라내고 복잡한 문제가 생기면 다시 구조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AI와 기술을 이용해 그 생각을 실제 결과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싶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결국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을 늘리고, 오래 가져갈 수 있는 능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기술보다 그 아래의 기반이 필요했다

데이터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Python과 SQL, AI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술을 하나씩 배울수록 오히려 그 아래의 기초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과 데이터를 판단하는 능력은 같지 않았다.

도구는 계속 바뀐다.

하지만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하는지,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독학으로 실무 기술을 계속 배우면서도 통계와 데이터에 관한 기본 구조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다.

대학을 다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학위 역시 목적이라기보다 선택지를 넓히는 수단이었다.

내 일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을 이어가고, 필요하다면 다시 취업시장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통계가 세상을 읽는 언어가 됐다

통계·데이터과학과를 선택할 때는 데이터 분야로의 경력 전환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공부하면서 통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것과 물가가 내려갔다는 것은 다르다.

평균이 높아졌다는 것과 대부분의 상황이 좋아졌다는 것도 다르다.

기업 매출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숫자가 맞는 것과 그 숫자를 제대로 읽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지금은 통계와 데이터를 단순한 직업 기술보다 현실을 구분해서 보는 언어에 가깝게 생각한다.

경제와 사회는 이해하고 싶은 대상이고, 통계와 데이터는 그것을 읽기 위한 언어다.

Python과 AI는 분석하고 실행하기 위한 도구다.

3학년 편입을 선택한 이유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 시간은 중요한 자원이었다.

1학년부터 대학생활을 다시 경험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전공 공부와 함께 Python과 SQL을 익혀야 하고, AI와 개발도 공부해야 한다.

실제 프로젝트와 콘텐츠, 서비스 같은 가능성도 직접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보다, 그 위에 부족한 것을 이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3학년 편입은 단순히 대학을 빨리 졸업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없던 것으로 만들지 않고 다음 구조로 연결하기 위한 선택에 더 가까웠다.

공부한 것을 어디에 쓸 것인가

방송통신대학교 자체가 이 블로그의 중심 주제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배운 내용을 현실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다.

물가와 지수를 배웠다면 경제뉴스를 읽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평균과 분포를 배웠다면 사회에서 제시되는 숫자가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설명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재무제표를 배웠다면 기업의 매출과 이익, 자산과 부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실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AI 역시 기능을 많이 아는 것보다 어떤 문제를 실제로 줄여주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공부의 목적은 지식을 계속 쌓아두는 것만은 아니다.

뒤섞여 있는 것을 구분하고, 필요한 것을 골라내고, 다음 선택에 사용할 기준을 만드는 것.

지금 내가 공부와 글쓰기를 연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때는 선택지가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지금은 반대로 선택지를 하나씩 만드는 중이다.

학위는 직업 선택의 범위를 넓히고, 통계와 데이터는 판단의 기준을 만들어준다.

AI와 개발은 생각을 실제 결과물로 옮길 수 있게 해준다.

글을 쓰는 일은 그 과정에서 배운 것과 생각한 것을 다시 정리하게 만든다.

삶의 중간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이전 삶을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살펴보고, 부족한 것을 채우고, 앞으로 필요한 구조를 다시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

방통대 통계·데이터과학과 3학년 편입은 그 과정에서 선택한 하나의 방법이다.

아직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다만 이제는 방향이 저절로 정해지기를 기다리기보다, 필요한 능력과 선택지를 하나씩 직접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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